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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사랑하다

by 지구별지기 2025. 8. 22.

  미대를 나왔어도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고는 볼 수 없는 저는 그릴 때 마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볼 때 '저것밖에 못 그리나!', '나도 저만큼은 그리겠다!'라고 생각이 들지 않게 그리고 싶으면서도 너무 매끄럽게(?) 잘 그린 그림을 싫어하는 저는 자연스러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갈망이 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만의 독특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심까지 있으니 쉽게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것이겠죠.

미대 다닐 때 봤던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 에스텔라(기네스 펠트로)가 핍(에단 호크)이 자신을 그린 그림을 보고 놀라지만, 저는 더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약간의 질투가 났었던 걸로 기억이 됩니다. 선으로 어떻게 저렇게 독특하게 인물을 묘사할 수 있을까 하고 부럽고, 나도 저렇게 그려보고 싶다는 열망 같은 것이 있었죠. 

 

영화<위대한 유산>의 포스터

 

그 이후 세월이 흘렀고 저는 다른 일을 하면서 그림과는 멀어져 갔습니다. 그림에 대한 열정도 식어갔고요. 지금은 가끔씩 작은 종이 위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며 끄적이는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에는 돈도 없고 상황도 좋지 않다고 머리 속으로 주입을 시키고, 무엇보다 그림을 잘 그릴 재능이 없다고 생각을 하고 더 쉬운(?) 그림을 그리고 있죠.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들의 블루스>15화 '영옥과 정준 그리고...2'에서 영옥(한지민)의 쌍둥이 언니인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영희(정은혜)의 그림을 보면서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그림에서 영옥을 그리워하는 감정이 묻어났기 때문이죠. 그녀의 그림에서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가족에 대한 그리움, 기다림에 지친 외로움 같은 감정들이 뒤엉켜서 보였습니다. 그녀는 정작 외로운데 그림 속의 사람들은 웃고 있는 모습에서 더 눈물이 났네요.

 

영희가 영옥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들

 

사랑을 표현하는데, 비싼 종이나 물감이 필요하지는 않겠지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을거고요. 재능도 필요하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고민이 깊어졌네요. 앞으로 그림을 통해 무엇을 표현해야 할지, 아니 어떤 것을 전달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오해하지 않고 나의 진심이, 나의 마음이 오롯이,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라는데 잘 될는지... 저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더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죠...

 

 서로를 사랑하다

- tvN <우리들의 블루스: 15회 영옥과 정준 그리고 ...2>를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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